가짜뉴스에 칼 빼든 당정…'내로남불' 우려 나오는 까닭

입력 2023-09-09 07:02   수정 2023-09-09 07:24


당정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고발을 시작해 최근 불거진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척결 의지가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여당 대표의 입에선 '사형에 처할 반역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수준은 '남는 장사가 됐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처벌을 강화하기엔 전임 정부 시절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막아 세운 적 있어 '내로남불' 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당정이 가짜뉴스를 확실히 차단할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재진 무더기 고발…특위 꾸려 전투 태세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인터뷰 당사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뿐만 아니라 뉴스타파·KBS·MBC 소속 기자 7명 등 총 9명을 무더기로 고발했다. "희대의 대선 공작"이라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성명이 알려진 뒤 공세 수위는 정점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미디어정책조정 특위와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 등을 꾸려 전열을 가다듬은 상태다.

가짜뉴스에 대한 당정의 고발전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에 대해 추가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통령실이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천공의 대통령 관저 개입 의혹 보도', '김 여사 및 김영호 통일부 장관 관련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해 꾸준히 고발해오고 있다. '오염수 괴담 유튜버' 등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까지 전방위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고발전 벌이지만…약한 처벌 수준에 고심
이처럼 당정이 가짜뉴스에 대한 척결 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피력하고 있지만, 정작 처벌이나 손해배상(위자료) 수준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원영섭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어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현실적이지 않아 변호사 선임비 빼면 남는 것도 없게 된다"며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쌓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통상 일반 위자료의 범위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 수준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신체 상해를 전제하지 않는 위자료의 경우 극히 적은 액수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에 의한 '인격 살인'은 합리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의견은 지난달 22일 김기현 대표가 참석한 가짜뉴스 특위 세미나에서도 개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5일 국회에서 "가짜뉴스 유포가 흐지부지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니 남는 장사가 되고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무작정 처벌 강화하기엔…언론중재법 막아 세웠던 국민의힘

이런 상황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허위 보도 등 악의적 행위가 단 한 번이라도 적발될 경우 퇴출하는 등 강도가 매우 높다. 아직 당정이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고강도 방침이라 우려 또한 크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특정 매체가 가짜뉴스의 원천 역할을 하고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시키며 공영방송이 다시 보도하는 조직적인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막아 세운 전력이 있는 만큼, 방통위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자칫 '언론 압박'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에 진력했지만, 야당과의 대치 끝에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을 통제·검열해 국민의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보수정당의 가치인 만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자칫 언론 재갈 물리기로 보일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고 여론을 청취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당은 가짜뉴스를 처벌하겠다고 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언론 탄압'이라고 지적했을 때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고 했다. '언론에 대한 사실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국민의힘에서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풀이됐다.
與 "징벌적 손해배상 반대…'배상의 현실화'가 바람직"
이번 가짜뉴스 대응 정책을 이끄는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 특위 위원장은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위원장은 통화에서 "언론을 흉악범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왜 언론만 그렇게 해야 하냐"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언론의 기능을 우리가 왜 제한하겠냐"고 반문했다. 원영섭 단장도 "징벌적 손해배상보다는 '배상의 현실화'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부터 한 장관까지 가짜뉴스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자,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강화 의견을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한경닷컴의 관련 질의에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활동한 제6기 대법원 양형위에서 명예훼손 범죄를 안건으로 선정·심의했고, 당시 양형위의 의견조회 요청에 따라 법무부에서도 관련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며 "제6기 양형위는 2019년 3월 정보통신망 이용 명예훼손의 경우 일반 명예훼손에 비해 가중 처벌하는 등 내용으로 양형 기준을 개정했다"고 답을 갈음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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